못 살게 굴기

과학논문 바르게 이해하는 법



Scientific Jargon" by Dyrk Schingman, Oregon State University

 

After several years of studying and hard work, I have finally learned scientific jargon.

The following list of phrases and their definitions will help you to understand that mysterious language of science and medicine.

수년간에 걸친 노력 끝에 나는 드디어 과학계의 전문용어들을 익혔다.

다음의 인용문과 그 실제의 뜻에 대한 해설은 과학/의학분야에서 사용하는 신비한 언어들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줄 것이다.

 

 

"IT HAS LONG BEEN KNOWN"... I didn-t look up the original reference.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던 대로..." - 원전을 찾아보지 않았다.

"A DEFINITE TREND IS EVIDENT"...These data are practically eaningless.
"뚜렷한 경향이 드러나듯이..." - 이 데이터는 아무 의미없다.

"WHILE IT HAS NOT BEEN POSSIBLE TO PROVIDE DEFINITE ANSWERS TO THE QUESTIONS"... An unsuccessful experiment, but I still hope to get it published.
"이런 의문점들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구한다는 것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 실험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논문으로 내야겠다.

"THREE OF THE SAMPLES WERE CHOOSEN FOR DETAILED STUDY"...The other results didn-t make any sense.
"샘플 중에서 세 개를 선택하여 분석하였습니다..." - 나머지 샘플은 해석불가능했다.

"TYPICAL RESULTS ARE SHOWN"... This is the prettiest graph.
"대표적인 결과값들을 표시하였습니다..." - 이 그래프가 제일 이쁘죠.

"THESE RESULTS WILL BE IN A SUBSEQUENT REPORT"... I might get around to this sometime, if pushed/funded.
"그것에 대한 결과는 차후의 논문에서 다루어질 것이며..." - 연구비 제대로 받으면 언젠가 쓸 생각입니다.

"THE MOST RELIABLE RESULTS ARE OBTAINED BY JONES"... He was my graduate student; his grade depended on this.
"가장 신뢰할만한 결과는 Jones의 실험에서 얻어진 것으로..." - 그는 내 밑에 있는 대학원생이었고, 학점을 받으려면 그 실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IN MY EXPERINCE"... once
"제 경험에 따르면..." - 한번.

"IN CASE AFTER CASE"... Twice
"여러 사례를 보면..." - 두 번.

"IN A SERIES OF CASES"... Thrice
"일련의 사례들을 보면..." - 세 번.

"IT IS BELIEVED THAT"... I think.
"...라고 추정되어지며..." - 내 생각에는.

"IT IS GENERALLY BELIEVED THAT"... A couple of other guys think so too.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듯이..." - 나 말고도 몇 명 더 그렇게 생각한다.

"CORRECT WITHIN AN ORDER OF MAGNITUDE"... Wrong.
"오차를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참이며..." - 틀렸다.

"ACCORDING TO STATISTICAL ANALYSIS"... Rumor has it.
"통계학적 분석에 따르면..." - 소문에 따르면,

"A STATISTICALLY ORIENTED PROJETION OF THE SIGNIFICANCE OF THESE FINDINGS"... A wild guess. "이 실험결과를 통계학적 관점에 따라 해석해 보면..." - 적당히 때려맞춰 보면.

"A CAREFUL ANALYSIS OF OBTAINABLE DATA"... Three pages of notes were obliterated when I knocked over a glass of beer.
"데이터 중에서 입수 가능한 것들을 조심스럽게 분석해 보면..." - 맥주를 엎지르는 바람에 데이터를 적은 노트 3장을 날려먹었다.

IT IS CLEAR THAT MUCH ADDITIONAL WORK WILL BE REQUIRED BEFORE A COMPLETE UNDERSTANDING OF THIS PHENOMENON OCCURS"... I don-t understand it.
"이 현상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이루어직 위해서는 후속적인 연구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바이며..." - 이해할 수 없었다.

"AFTER ADDITIONAL STUDY BY MY COLLEAGUES"... They don-t understand it either.
"동료 학자들에 의한 추가적 연구가 이루어진 다음에..." - 그들도 역시 이해하지 못했다.

"THANKS ARE DUE TO JOE BLOTZ FOR ASSISTANCE WITH THE EXPERIMENT AND TO ANDREA SCHAEFFER FOR VALUABLE DISCUSSIONS"... Mr. Blotz did the work and Ms. Shaeffer explained to me what it meant.
"실험에 도움을 준 Joe Blotz와 의미있는 토론에 동참해 준 Andrea Schaeffer에게 감사드립니다..." - 실험은 Blotz군이 다 했고, 그 실험이 도대체 뭐하는건지 Schaeffer 양이 모두 설명해 주었다.

"A HIGHLY SIGNIFICANT AREA FOR EXPLORATORY STUDY"... A totally useless topic selected by my committee.
"
탐구할만한 가치를 갖는 매우 의미있는 분야라고 생각되며..." - 학회에서 정해 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연구주제.

IT IS HOPED THAT THIS STUDY WILL STIMULATE FURTHER INVESTIGATION IN THIS FIELD"... I quit.
"저의 논문이 이 분야에 있어서의 추가적 연구들에 자극이 되기를 바랍니다..." - 저는 그만둘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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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COMMENT

어느 날 마트에 토끼가 들어왔다.


토끼 : 아줌마, 당근주스 한 병에 얼마에요?"

주인 : 700원

토끼 : 그럼 7병만 주세요


하고 토끼는 바닥에 100원짜리 49개를 뿌리고 부리나케 도망쳤다.

주인은 토끼를 원망하며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떨어진 동전을 다 주워야 했다.

 

 

다음 날, 마트에 다시 토끼가 왔다. 토끼가 이번에는 만원짜리 지폐를 내밀며 말했다.


토끼 : 아줌마, 당근주스 7병 주세요.


반가운 주인은 이 때다 싶어,


주인 : 옛다, 거스름돈.


하며 바닥에 100원짜리 51개를 뿌렸다.

그런데 토끼는 당황하기는 커녕 동전 2개를 줍고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토끼 : 아줌마, 당근주스 7병 추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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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COMMENT

매일 수백 계단을 오르내리곤 하지만 가끔 운동을 더 한답시고 집까지 15분을 걸어가는 경우가 있다. 물론 지갑을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았다든가 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역시나 mp3을 꺼내어 귀에 꽂고 일본어를 복습하거나 가요 몇 곡을 듣다보면 금세 집에 도착하곤 한다.

어제는 지갑과 mp3를 모두 갖고 오지 않은 날이었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는 소리에 집을 나서기까지 계속 우산 생각만 했던 탓이었다. 아침에는 어차피 걸어서 병원에 가려고 했으니 알지 못했었지만 점심 시간에 그 사실을 알게되어 우리 학번 큰 형님께 거금 2500원을 빌려 들고 식사를 마치고 터덜터덜 병원을 걸어 나와야 했다. 막상 온다던 비는 오지 않고.

걸어가다보니 앞에서 리어카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께서는 느릿느릿 걸어가고 계셨기 때문에 내 걸음은 할아버지를 금방 다 따라잡게 되었다. 내가 할아버지를 앞지르기 직전 할아버지가 리어카를 멈추어 서서 허리를 추스리셨다. 곁눈질 해보니 할아버지가 끌고온 리어카는 아무것도 들지 않고 텅 비어있었다.

 

'할아버지도 참 기력도 없으실텐데 고생이 많으시네...'

하면서 지나가는데 근방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아, 거 참. 젊은 사람이 무슨 그렇게 엄살을 부린대. 어여 안 와?"

평상 위에서 쉬고 계신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었다.

 

젊은 노인인가 나이든 청춘인가?

그러고보니 나는 아직 한참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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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기 2011.04.04 06:26 신고

    ㅎㅎㅎ 짠유님은 그 할아버지들 눈에는 '갓난쟁이'로 보였을듯!
    근데, 일어 공부도 하시는군요.
    계단 수백개 오르내리기, 아마도 근무중에 엘레베이터를 사용 안 하신다는거겠죠?
    정말 좋은 운동을 거저!로 하시는군요. 역시나 현명하십니다! ^^

  • 그러고보니 정말 젊다 늙었다는 것도 상대적인 것이군요.
    얼마 되지도 않은 나이로 늦었다면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네요.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AD 2011

[기사]

이집트 북부 사막의 지하 터널에서 미라 상태의 개 수백만 마리의 유해가 발견됐다고 영국 일간 메일이 보도했습니다.

영국 카디프대 과학자들이 이집트 과학자들과 함께 사카라 사막에서 발굴작업을 진행한 결과 지하묘지에는 최대 800만 마리의 개 유해가 보존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발굴된 유해 가운데 상당수는 개 머리 형상을 한 이집트 고대 신인 아누비스에게 제물로 바쳐진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BC 3300

[뉴스]

앵커 : 이집트 전국 곳곳에서 원인 모를 괴질이 돌고 있습니다. 
         Azizi기자가 이를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Azizi : 여기는 비옥한 도시 사카라입니다. 며칠 전부터 이 곳에는 원인 모를 괴질이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이 괴질의 특징은 개들에게만 발병하여 그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는 것인데요 현재 도시 전체에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 Azizi 기자, 그렇다면 해결책은 과연 없는 것인가요?

Azizi : 네. 현재로서는 개들을 살처분하는 방법이 유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전 파라오께서 사카라 시의 모든 개들을 매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AD 4800

[수업]

선생님 : 오늘은 중세 한국인들의 생활양식에 대해 조사한 것들을 발표하는 날이에요. 
            4조가 나와서 발표하도록 합시다.

발표자 :

저희는 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살았다고 하는 AD 2000 년대 조상들의 생활양식에 대해 조사하였습니다. 자신들이 사는 환경을 일부러 파괴하면서 산 것으로 유명한 중세 한국인들에게는 이 밖에도 이해할 수 없는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의 하나는 가축을 숭배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전국 곳곳 수많은 곳에서 수백만 마리의 닭, 오리, 돼지, 소의 유해가 발굴되어 고고학자들을 어리둥절케 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당시 사람들이 가축을 숭배하여 죽은 가축을 매장했다는 설과 당시에 모시던 하나님이라는 신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해 제물로 가축들을 바쳤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선생님 : 그럼 발표자께서는 어떤 쪽이 더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발표자 : 제물로 가축을 바쳤다는 쪽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 네, 저도 동감이에요.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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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있고, 멋진 상상입니다.
    타임캡슐 속에 무엇을 담아야 할까하는 생각을 불현듯 해봅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2011.04.20 22:03

    비밀댓글입니다

    • 지난 주에 바꿨는데 저는 참 마음에 들어서요 ㅎㅎ
      뭐든지 오래 지나니까 지저분해보이는 것 같아서 .. 마치 춘추복입다 하복입은 사람보면 산뜻해 보이잖아요? ㅎㅎ

  • 나야 2011.04.20 22:09 신고

    으힉 난 전에거가 좋은거같은데!!!

    중간고사 시험 이제 10일남았네요ㅋㅋ

 

Novice  미국식 [|nɑ:vɪs]  영국식 [|nɒvɪs]  

1. 초보자   2. 수련(修鍊) 수사   3. (아직 중요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는) 초보 경주마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에 첫 번째라는 것이 존재하기 마련.'

이라고 안일하게 그저 생각만 내내 하고 지내왔는데 이제 나에게도 그 첫 경험이 닥쳐오고 있다. 대략 이삼년 간 이론과 더불어 밤 늦은 시간까지 실습을 하고 원내생 생활을 하면서 실제 환자에게도 간단한 술식은 해보고는 하였지만, 이번 달부터 우리가 주체가 되어 복잡하지 않은 간단한 케이스들을 맡아서 임상 교수님의 지도 하에서 진료를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케이스들을 직접 해본다는 것은 무척 설레고 기쁜일이건만 -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 누구한테 받건 상관없다는 식으로 선뜻 우리에게 진료를 받겠다는 환자는 별로 없고 대학 병원측에서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가 하는 일이 대부분 비가역적인 치료이기 때문에 저어하는 이유를 잘 알고는 있다.

방금 전 메신저에서 같은 학교 예대를 다니는 후배가 들어와 있길래 슬쩍 설명을 하고 진료를 받길 희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를 부탁한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바로 "그런 거 받을 사람이 어딨어?" 라는 답장이 날라왔다. 잠깐 머리가 띵했다. 당연히 예상했던 결과였다지만.. "그런 거"라는 말이 굉장히 신경쓰였다.

그렇지만 이런 일에 불만을 가질 수도 없는 것은, 나도 똑같기 때문이다.

바이올린 레슨을 받을 때도 입상 경력이나 출신 학교 등을 따지지 않는 것은 아니고, 미용실에 가서도 '잘 자르는 선생님' 찾기도 했었고. 책을 사서 읽을 때도 화제의 신간이나 그래도 이름 좀 있는 작가를 찾았었고. 다른 사람들도 얼굴에 점 하나 빼는 것도 인터넷 다 훑어서 잘 하고 소문나고 싸게 해주면서 서비스도 좋은 곳을 찾지 않나.

그렇지만 분명 누군가는 지금 유명한 요리사의 첫 손님이었을 것이고 유명한 변호사의 첫 고객이었을 것이다. 아직 부작용을 알지 못하는 약에 대한 첫 임상실험 대상자일 수도 있다. 이웃 블로거 딸기님과 같이 예전 자신의 손목을 수 차례 찔렀던 인턴이 현재 모 병원의 과장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첫 시작이 당연한 것은 아니지만 그에 대해 이해를 해 주시고 웃으면서 넘어가시는 분들은 정말 고마우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고수의 반열에 오른 그 분들도 자신의 첫 경험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나의 첫 상대는 누가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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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기 2011.03.11 07:08 신고

    누가 짠유님의 '첫 상대'가 될런지 모르지만, 저 글을 읽으니 안심하고 맏길수 있는 신뢰감이.^^
    부디 열심히 하셔서 '좋은 선생님'이 되시길 기원 드려요.
    모르는 병원에 소개장도 없이 가야 하는 상황에서의 불안감... 선생님 첫인상에 안도도 하고 한숨도 짓고...
    어떤 선생님을 만나는가에 병이 절반은 낫고, 조금 문제가 있었던것 뿐인데 큰 병을 얻게 되기도 하고...
    내심 생각하는건, 언제나 질문을 해 보고 싶어진다는.
    '음악을 좋아하세요?' '독서를 좋아하시나요?' 어떤 장르를?? ^^;

    • 제 글만 읽으시고 신뢰감이 생기셨다니 정말 글의 힘은 대단한 것이군요. 그치만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아있는걸요 ㅎㅎ
      부단히 노력해서 환자들을 인상만으로도 안심시킬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예전에 올린 최촹한내과 원장은 아마 또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고 할 것 같네요 ^^ㅋㅋ

      후쿠오카 쪽은 원전과 멀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2010/02/06 - [알아두면 좋은 글] - 개명 이후의 절차

얼마 전 박현정 기자로부터 내가 작년에 적은 글을 보고 연락이 와서 인터뷰를 했는데 드디어 기사가 떴다.
네이버 메인에도 뜨고 여기에도 옮겨 본다~ ㅎㅎ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당신의 이름은 안녕하십니까?

“사주에 안 좋대요” “서태지가 좋아”…개명한 사람들의 갖가지 사연들 

 

사진은 연출된 것입니다.

 

 퀴즈 하나 풀어봅시다. 지난 10년간 한국인 70명 중 1명은 이름을 바꿨습니다. 73만명이 개명을 한 것이지요. 10년 전 개명 신청자는 3만여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17만명이 넘습니다. 2005년 대법원이 범죄 은폐 등 불순한 의도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해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요즘 이름을 바꾸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은 무엇일까요?

① 촌스럽거나 놀림감이 돼서
② 출생신고서에 잘못 써서
③ 범죄자, 악명 높은 이름과 같아서
④ 성명학상 좋지 않아서

답은 ④.

개명을 허가해주는 법원이나 유명 작명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사고나 사업 실패 등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작명소·철학원 등의 권유로 개명을 신청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위에 열거한 다른 예들도 이름을 바꾸려는 이유들입니다. 개명 허가율이 90%에 이른다고 하지만, 짧게는 몇년 길게는 수십년간 불려 온 이름을 바꾸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esc〉가 이름을 바꾼 사람들을 찾아 속내를 들여다 봤습니다.

 

 

백민서(32)씨는 지난 해 이름을 바꿨다. 원래 이름은 수인이었다. 얼핏 괜찮은 이름 같지만 성을 붙여 부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백수’라는 별명이 생겼다. 사실, 별명에 큰 신경을 쓰진 않았지만 새로운 일을 모색할 무렵 철학원에서 사주를 봤더니 이름이 별로 좋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별명 때문에 힘들다’며 개명신청서를 써 법원에 제출했다. 이름을 바꾼 뒤 딱히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주에 좋다니까 안심이 된다. 지난해부터 새로 만난 사람들은 그를 민서로 부르고 예전 친구들은 계속 수인으로 부른다. 이름이 두 개가 된 셈이다.

백민서씨의 아내인 정주연(33)씨도 철학원에서 이름 중 ‘주’ 자 한자가 좋지 않다며 바꾸라는 권유를 받고 개명에 도전했다. 딱히 내세울 만한 사유가 없어 ‘되는 일이 없다’고 호소했지만 기각당했다.

징크스에 민감한 스포츠 스타들에게 이름은 인생에서 큰 의미다. 롯데 자이언츠 간판스타로 떠오른 손아섭은 2008년 시즌까지 손광민이었다. 작명소에서 ‘야구 잘하는 이름’이라며 지어준 아섭으로 이름을 바꾸고 난 뒤 펄펄 날고 있다. 박동희 야구전문 칼럼니스트는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은 닉네임이나 가명을 유니폼에 쓸 수 있는데 우리의 경우 주민등록상 이름만 표시하게 돼 있어 아예 개명을 신청한 경우”라며 “손아섭의 성공 여파가 워낙 커 고교야구 1·2학년 선수들 몇명이 이름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손아섭 선수처럼 개명 뒤 좋은 일만 생기는 건 아니다. 사시 준비생인 김아무개(28)씨는 ‘시험에 붙는 이름으로 바꾸라’는 역술인의 말을 들었다. 고심 끝에 남자 같은 이름으로 바꿨지만 결국 낙방했다.

작명소마다 좋다는 이름이 다 달라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고교 시절 이름을 바꾼 김아무개(30)씨는 “어떤 분은 작명소에서 받은 이름들을 6개월 정도 직장이나 집에서 사용해본 뒤 개명신청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더이상 ‘말녀’로 살 수 없었어요

대법원이 올 초 발간한 <역사 속의 사법부>를 보면 개명에 성공한 ‘기가 막힌’ 이름들이 여럿 등장한다. 서동개·소총각·경운기·신기해·이몽치·김치국·송아지·권분필·임신·오보이·지기미·정쌍점·윤돌악…. 특히 ‘촌스러운’ 이름에서 벗어나려는 중년층들의 개명신청도 늘고 있다.

교사인 강해린(54)씨는 52년간 강말녀로 살아왔다. 친언니마저도 ‘어디 가서 이야기하기 창피하다’며 이름 바꾸기를 권했다. 연수 갈 기회가 많은데,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이름을 이야기할 때마다 늘 마음이 상했다. 다행히 부모님이 아닌 큰집에서 급하게 지은 이름이라 개명을 결심했다. 인터넷 작명소에 5만원을 내고 새 이름 5개를 받았지만 마음에 들질 않아 바로 개명을 신청하진 못했다. 바다 ‘해’ 자를 꼭 넣고 싶어 직접 음양오행 이론을 뒤적이며 한자 이름을 지었다. 개명 허가 뒤 열린 여고 동창회에서 바뀐 이름을 공개해 친구들은 그를 ‘해린’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에게 그는 여전히 ‘말녀’다.

20여년간 무료 작명을 해 왔던 서초구청 이동우 오케이민원센터장은 “40~50대 주부들도 개명을 많이 한다”며 “50대 후반인 ‘지자’라는 여자분은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부를 때 항상 웃는다며 개명 결심을 하더라”고 전했다. 서울에서 개명을 담당했던 한 판사는 올해 자신과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의 개명을 허가해주었다. 개명 사유는 ‘봉’ 자가 들어간 이름이 ‘촌스러워서’였다.

개명 용기까지 못 내는 ‘자’ 자나 ‘순’ 자 돌림 이름의 50대 여성 중에는 친구들끼리 혹은 자매들끼리 세련된 이름을 정해 서로 불러주는 경우도 있다. 정숙자(57)씨를 비롯한 정씨 집안 네 자매가 그렇다. 장녀 연자씨는 연지, 숙자씨는 수지, 희순씨는 희수, 희자씨는 희지로 정하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10대 소녀들처럼 ‘까르르’ 웃는다. “요새 애들이 쓰는 예쁜 이름이 부럽죠. 굳이 이름을 바꾸고 싶은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세련된 이름으로 불리는 게 좋지 않겠어요?”(정숙자씨)

우락부락한 남자인데 이름은 아주 여성스럽다면? 사람의 이미지와 이름이 서로 어울리지 않을 때가 간혹 있다. 대학생 송찬우(22)씨는 지난해 이름을 바꿨다. 원래 이름은 송우람이었다. 먼저 개명을 한 어머니가 이름이 좋지 않다며 개명을 권유했지만 사실 찬우씨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우람은 덩치가 크고 단단한 이미지인데, 전 마른 편이에요. ‘어, 우람하지 않네’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남들은 농담처럼 하는 말이었지만 받아들이는 제 입장은 안 그렇더라고요.”

서울시 7개구 개명신청을 관할하는 서울가정법원의 김대휘 법원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개명허가 건으로 박대수(가명)씨가 박대수서태지씨가 된 경우를 꼽았다. 서태지를 너무 좋아해, 이름을 변경해주면 병이 나을 수 있을 거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김 법원장은 환경운동가 두 명이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반대하기 위해 이름을 ‘사대강’으로 바꾸겠다며 낸 개명신청은 기각했다.

 

빨리 개명하려 주민등록도 옮겨?

이름을 바꾼 사람들 중에는 새 이름에 적응을 못하거나, 효과를 못 본다는 이유로 재개명을 결심하기도 한다. 법원에선 개명을 결정할 때 신중할 것을 조언했다. 재개명 허가심사는 처음 개명 때보다 훨씬 엄격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개명성공 100%나 기각 땐 환불 100% 등의 홍보 문구를 내걸고 서류처리를 대행해주는 법률사무소도 많다. 또 법원별 개명허가 성향을 분석한 자료도 떠돈다. 개명을 빨리 허가받기 위한 편법도 등장했다. 김대휘 법원장은 “진행이 빠르다고 여겨지는 기관에서 개명허가를 받기 위해 주민등록을 일시 이전하는 경우가 있다”며 “주민등록법 위반이 될 가능성도 높고 서류심사 때 (예전 주민등록) 관할 법원으로 돌려보내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명을 허가받은 뒤에도 여러가지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힘들게 얻은 새 이름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구청에 들러 개명허가 사실을 신고하고, 새 주민등록증 신청 및 통장 명의변경 등이 필요하다.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먼저 신용정보 사이트에 들어가 실명 데이터베이스(DB) 정정을 한 뒤 각 사이트가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명의를 변경해야 한다. “자주 안 가는 사이트는 깔끔히 탈퇴했지만 제 개인자료가 쌓여 있는 네이버 블로그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명의를 바꿨어요. 그런데 달력일정 관리같이 사소한 서비스에는 옛날 이름이 계속 나오기도 하죠.”(송찬우씨)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름을 자꾸 바꾸려는 덴 또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동국대 사회교육원 김동완 교수는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철학관 이곳저곳을 떠돌며 이름을 계속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람이 이름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름에 저당 잡히는 건 문제죠. 그런데 사람들이 노력하지 않고도 잘되는 경우를 많이 보잖아요. 노력해서 일이 잘되면 왜 이름을 많이 바꾸겠어요.”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지니 하루하루 웃음도 줄어든다. 그러니 이름 하나 바꿔서 한바탕 웃을 수 있다면 어찌 말리랴.

글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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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하드립니다. 인터뷰 기사에, 네이버 메인까지.
    좋은 글로 노력하신 덕분이겠지요.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

    • 이미 댓글을 달기도 민망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네요 ㅎ
      그냥 저 혼자만 알 수 있을 정도로만 나왔고 이미 승민님은 책도 내시고 강연도 나가시는 걸로 아는데요 뭘~ ^^

  • 나야 2010.12.10 22:53 신고

    시험기간인데...
    이거 교과서에도 나와요ㅋㅋ헌법에 보장된...행복 추구인가??쩄든 무슨 자유---
    경운기 소총각...오보이 --오보에???
    진짜 그런 사람이 있어요???사대강.....ㅋㅋㅋ

    • 개명이 헌법으로 합리화가 되는건가 보네요.
      제 주변에도 재밌는 이름이 참 많은데 의외로 그걸 또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ㅋㅋ

 

1. 염력(psychokinesis)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모든 사물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능력

생각만으로도 방 안의 사물을 정리정돈 할 수 있다.

이 능력을 손에 넣는다면 당신은 총알도 막아내는 절대강자!

이 능력을 가지겠습니까?

 

2. 날씨조절(weather)

당신의 마음대로 날씨를 바꿀 수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날에는 번개를, 기분이 울적할 땐 비를,

눈이 보고 싶을 때는 눈을 내리게 하는 능력! 
 
이 능력 선택하시겠습니까?

 

3. 예언(prophecy)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 그것도 미래에 대한 정보다.

나와 타인의 미래를 알 수 있는 이 능력이야말로 최고의 능력!

이 능력 선택하시겠습니까?

 

4. 공중부양(wing)


 
때로는 일상에서 벗어나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싶을 때.

중력을 무시하고 자유롭게 날 수 있다.

평소에는 인간답게, 때로는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마음껏 느껴보겠다.
 
이 능력 선택하시겠습니까?

 

5. 타인조종 & 텔레파시(court telepathist)

 

그 사람의 머리속으로 들어가서 그 사람을 조종하자.

사람의 마음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능력

이 능력 선택하시겠습니까? 

 

6. 독심술(mind)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내 욕은 아니겠지?"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는 능력.

이젠 당신 앞에 비밀은 없다.

이 능력 선택하시겠습니까?
 

7. 순간이동(teleport)

이젠 당신에겐 시간지키기는 아주 쉬운 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도 3초면 도착한다.

공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지닌 당신은 세상 어디든 못 가는 곳이 없다. 

이 능력 선택하시겠습니까? 

 

8. 변신술(disguise)

어느 것이 진짜일까?

당신은 변신의 천재, 모든 것을 흉내낼 수 있다.

목소리와 신체의 작은 특징까지도.

오늘 하루는 내가 아닌 그 사람으로 지내보자.

이 능력 선택하시겠습니까?

 

9. 투시(seeing through)

당신에게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란 없다.

조금만 신경쓰면 지구 내부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보는 능력, 투시.

이 능력 선택하시겠습니까?

 

10. 시간조종(time court)

시간의 흐름을 조절하는 건 당신의 능력

시간을 멈추든 뒤로 옮기든 그건 당신의 자유.

이 능력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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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4

  • 정말로 이들 중 하나의 능력을 준다면, 무지 어려운 선택이 되겠지요.
    욕심때문에 말입니다.
    저는 시간조종을 택하고 싶습니다.
    시간 사용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고 있어서 말입니다. ^^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 저도 학교 갈 때 편하고 싶어서 순간이동이 먼저 땡겼는데
      생각해보니 그 욕심도 다 시간을 아까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더라구요..
      마지막 시간 조종이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땡기겠죠? ㅎㅎ

  • 지은 2011.02.22 23:37 신고

    나는 순간이동~ 어디든 눈깜박하면 슝 이동이동

 

참치 통조림을 하나 샀다.

져녁 때가 되어 나름 기대하는 마음에 밥을 차린 뒤 반찬으로 먹으까 싶어 통조림을 꺼내려는데, 예전에 사다 둔 통조림이 하나 보였다. 왠지 새로 사다 둔 것은 일단 두고 지금은 그걸 꺼내 먹어야만 할 것 같았다.

결국 그 통조림을 손에 쥐고 먹기 전에 유통기한이나 확인하려고 이리저리 돌렸다.


03/09/12


'2012년 3월 9일까지'

다행히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안심하며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난 뒤 무심결에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어 마시다가 아까 그 통조림 떄문인지 유통기한이 또 생각나서 바로 확인해 보았다.


12/09/10 까지
10/09/10 제조


윗 줄만 보았을 때는 살짝 헷갈렸지만, 제조일을 표시해 놓은 덕분에 겨우 '2012년 9월 10일까지'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D

 

그렇게 시험공부를 하다가 아까 통조림을 살 때 같이 사 온 초콜릿을 뜯어서 먹었다. 무려 반 값에 할인을 해서 덥석 사 온 것인데 자꾸만 유통기한에 또 신경이 쓰였다. 왠지 모르게 맛이 쓴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포장을 확인해 보니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10/11/10 까지

달랑 한 줄.

'2010년 10월 11일까지'인 것일까, '2010년 11월 10일까지'인 것일까?

벌써 다 먹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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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8

  • 딸기 2010.10.23 19:08 신고

    ㅎㅎㅎㅎ 정말, 너무 웃었어요~~~~
    저 젤 위의 사진!! +.+
    그리고 젤 밑의 과연 어느쪽일까...? ㅎㅎㅎ
    여긴 보니까. "소비기한"과 "상미기한"(맛 있게 먹을수 있는 기한) 두종류의 표시가 되어 있는데, 헷갈린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으로 뉴스에서 그 두가지의 의미에 대해서 일부러 전문가를 불러서 설명하더군요. ^^;
    "소비기한"은 가능하면 지키라는... "맛있게..."도 지키는게 좋지만, 지나도 큰 상관은 없다고...
    어쩐지 날짜가 지난것은 께름직 하긴 해요. 사실, 이전에는 저런 표시도 없었어도 잘 만 사먹었지만. ^^

    근데, 또! 시험기간 이시로군요. ㅠ.ㅠ
    무조건! 잘~ 치르시기를... 공부하기 딱 좋은 기후가 아닐까 싶습니다. ^^

    • 제조일자라고 우리나라에도 있는 것이 있어서 먹을 때 안심이 되기도 해요 :D
      뭐.. 아직 아무 탈 없었으니 생생한 걸 먹은거겠지요 ㅋ

      방금 시험 끝났습니다~!! ㅎㅎ

  • 나야 2010.10.24 12:54 신고

    3003년...ㅋㅋ뭔가요....ㅋㅋ

  • 아직까지 별 이상 없으시면, 그냥 좋은 쪽으로 생각하시길 ...
    시험 잘 보시고요. ^^

    • 마음 속에서 의심이 가니 먹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맛이 이상한 것 같고... 그래서요 ㅋ
      결국은 괜찮았답니다.

      그런데 오늘 오랜만에 로션을 바르려니 시큼한 냄새가.. 화장품에도 유통기한이 있는가봐요.

  • 2010.10.27 01:03

    비밀댓글입니다

 

지난 글 이후 이 포스팅을 쓰기까지 엄청난 일이 몰려왔었다. 정신을 겨우 차리고보니 지금 이 시간 ㅎㅎ 감사하게도 이웃 분들과 다른 분들께서 그 동안 주인장의 손길이 닿지 않음에도 많은 댓글을 남겨주셨다. :D (정말 감사할 따름!!) 어느덧 이번 주말도 다 지나가 버렸고, 오늘은 정신없던 일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요새 학교와 병원 이외에서의 활동을 새로 시작했다. 이대로 학교와 병원 생활을 하다가는 도저히 내 삶의 질을 유지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이다. 잘못하다가는 신경 쇠약에 걸릴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래서 본업의 비중을 줄이고 부수적인 것들을 시작하면서 스트레스도 줄고 몸과 정신이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했다. 

 

1. 스페인어

"너, 영어는 제대로 하냐?"

어디선가 이 말이 들려오는 것 같다. 물론 나는 병원에 오는 외국인 환자에게 '물로 양치하세요.'란 말도 제대로 못한다;; 그나마 내가 들려오는 영어는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정도다. 하지만 이 어정쩡한 상태의 영어를 어디서부터 다시 건드려서 특별한 목표도 없이 계속 하느니, 기분 전환용으로 심기일전 하려고 시작한 것이니 다른 언어를 배워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 스페인어를 선택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발음이 원만하다는 것이다. '저질 [rr]발음' (혀 굴리는 소리)만 빼면 어느 정도 읽는 방법도 정해져 있고 강세나 역양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단다. 또 문법도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에 비하면 쉬운 수준이라고 한다. 어순이나 알파벳도 영어와 크게 다른 점이 없고. 스페인어의 또 한가지 장점은 바로 세계에서 영어 다음으로 모국어로 많이 쓰이는 언어가 스페인어이며 인구 수로 따지면 세계 4위라는 것이다.

다만, 내가 간과한 점이라면 다른 언어에 비해서 이런 장점이 있는 것이지 '영어'에 비하면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명사도 성[性]이 있고 그에 따라 남성/여성 형용사, 부사, 동사의 형태가 다 다르다. 물론 복수도 있으며 동사가 변할 때 으레 주어가 생략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주어의 인칭, 수, 성별에 따라 그에 따른 맞춤형 동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동사만 보아도 생략된 주어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동사에 과거, 미래, 과거분사, 진행 상태에 따라 또 다시 형태가 바뀌니 알아야 할 것이 영어의 두세 배는 된다.

아직 불규칙 동사 3개 밖에 외우지 못했지만 한 지 이제 겨우 시작한 지 2주이니 분발해보련다.

 

2.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1번 & 피아노 학원

피아노 학원을 등록했다. 그보다 앞서 우리 동아리 악장 멤버들이 모여서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1번'을 겨울 향상 공연을 목표로 연주하기로 했다. 피아노를 내가 치게 되었는데 마땅히 연습할 공간이 없어 근처 학원을 등록했다. 생각 같아서 트리오는 혼자 연습하고 남는 시간에 아무거나 들고 가서 치고 나올까 했지만 정작 개인 시간도 그다지 나지 않을 뿐더러 이미 입시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 눈치가 보이기는 한다. ㅎㅎ

나중에 입시가 끝날 철이 되면 원장님 붙잡고 곡이나 배우고 싶다~ 이것도 분발해보련다.

 

3. Etc

학교나 병원에서 남는 시간에 (기공할 일이 없으면) 책 읽거나 안부 전화 하기

날씨 좋은 날 사진 찍으러 다니기

아프면 병원가기 등등

 

이렇게 분발해서 알찬 시간과 함께 스트레스도 적은 학교, 병원 생활을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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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2

  • 오호 스페인어~ 전 영어를 다시 공부하고있답니다. 발음......정말 요즘 눈물납니다!
    뭔가를 시작한다는건 참 멋진일 같아요! 특히 피아노 ~ 나중에 피아노 치시는 모습 동영상으로 올려주세요!ㅋㅋ

  • 잠시 숨 돌리는 시간 좋지요.
    스페인어와 피아노 너무 멋집니다 그리고 부럽고요.
    저는 일본어 공부해보고 싶은데, 일년이 지났건만 아직 글자도 못외우고 있지요.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 작심삼일로 끝날지도 몰라서 이렇게 공표를 해 놓았습니다. 제발 효과가 오래 지속되길 ^^;;
      저는 승민님의 간결하면서도 진솔한 문체가 너무 탐나요!

  • 헐 진짜 바쁘시겠어요,,,,,결혼식축주........ㅋㅋ
    힘내세요,,,,,,,
    브람스피아노트리오1번 난 약간 암울한,,,,아닌가? 뭐그런거같아서싫던데=.=
    뭐 아님 말고요^^ 즐거운한주보내세요 :-)

    • 1악장은 괜찮아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
      축주는 그냥 성의만 표시해주고 왔네요. 정말 축주 받는 사람도 축복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연주하기란 힘든 일 같아요 ㅎㅎ

  •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하셨군요! 분발분발하시길 기원할께요. 왜냐면.. 저도 여기서 영어공부 지겨워서 (그렇다고 영어 공부를 엄청 하는 것도 아님..) 일어공부를 시작했는데 처음에 하다가 찔끔찔끔....빨리 마음을 붙잡고 열공해야 겠어요@.@
    아 그리고 예전에 스페인어 공부 했을때 (물론 지금은 다 까먹었지만) 스페인어로 된 그 특유의 분위기가 감든 노래들을 가지고 공부도 하고 말하기 연습도 했는데 이 방법 추천할께요~
    Quizas Quizas Quizas , Quando Quando Quando 이 두노래 스페인어로 된걸로 찾아서 들어보시고 다른 곡들도 더 많이 찾아보시면서 공부하세요~

    • 와우~ 저의 스페인어 공부를 도와줄 수 있는 분이 나타나셨군요~!!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ㅎㅎ
      저희 동네 어학원들은 중국어 일본어까지만 가르쳐서 독학의 길 밖에 없었는데 ^^;;
      아직도 동사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겠네요 ㅋ

  • 갑자기 사진이,,,

  • 홧팅입니다!
    저도 요즘 하루가 40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해요 :(

    • 안녕하세요 ^^ㅋ
      막상 초대만 드리고 많이 인사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ㅎㅎ
      바쁘신 풀하우스님도 화이팅 하세요!!!

 

* 아는 동창이 라디오에도 올려 채택되었던 이야기 *

아는 동창이 일병을 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말년 병장인 고참과 함께 얘기를 하고 있었단다. 늘 그래왔듯이 동창은 별 얘기도 아닌데도 끄덕대고 맞장구 치고 박수도 치면서 잘 듣고 있다는 리액션을 하기에 바빴다. 그렇게 이 얘기 저 얘기하면서 대화는 점점 무르익었는데, 그러던 중 고참이 내뱉은 단어가 문제로 떠울랐다.

 

고참 : 아, 내가 아는 동생이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그만 고퇴를 했다니까.

동창 : 에이, 고퇴가 뭡니까. 중퇴 아닙니까. 중퇴.

 

그런데 오히려 고참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 

고참 : 야! 중학교를 그만 두면 중퇴고, 고등학교를 그만두면 고퇴! 그것도 모르냐?

 

동창은 다시 아니라고 말했고 고참은 결국 옆에 있던 상병을 불러 세워 묻기에 이르렀다. 

고참 : 야. 고등학교를 중간에 그만 두면 뭐라고 그러냐?

 

그러자 그 상병은 한참 생각하더니,

상병 : 고퇴 아닙니꺼.

하고 가버렸단다.

 

그리고나서 얼마 후, 동창은 부대원들과 부대 뒷산에 올라갈 일이 생겼다. 물론 그 고참도 투덜대며 함께 산 정상에 올랐다고.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부대원들이 귀퉁이로 우르르 몰려가 소리를 맞춰서 야~호~ 하고 소리를 지르니 몇 초 있다가 웅웅대는 소리가 되돌아 왔다.

 

이 때 그 고참이 마치 시인이 된 듯한 표정과 말투로 한 마디 했다.

고참 : 얘들아. 들리느냐? 이 아지랑이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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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있는 고참이네요.
    봄날 아지랑이 보고는 뭐라 했을까 궁금해지는데요. ^^

    • 아마 '저기 메아리가 피어오르는 걸 보아라' 했겠지요 ㅋㅋ
      생각해보면 그 때 지나가던 상병도 참 웃겨요 ㅎㅎ

  • 무식과 시적인 표현 한끝차이라는 생각이....ㅎㅎㅎ

  • 아 밑에 사진 안나와요>>
    전 아직 군대를안가봐서 잘 공감이 안되네요:Dㅎㅎㅎ
    아 지금 에세이 빨리 써야되는데,,,,,,,저는 또 딴짓을ㅋㅋㅋㅋㅋㅋㅋ

    • 지금쯤이면 다 쓰셨겠죠? ㅎㅎ
      아, 참 음악 파일은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보내드릴게요 ㅎㅎ 그런데 집에 9시가 되어야 들어간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