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살게 굴기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

사진 출처 - 이미지 검색

발단

겨울방학기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방학을 보내긴 싫어 과외 지도를 하려고 여기저기 광고를 내게 되었다. 누구는 방학동안에 차도 한 대 뽑을 만큼 죽어라 한다지만 그러기에는 체력도 너무 후달리고 '하나라도 하게 되면 제대로 해보자'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광고를 낸 지 2주일이 다 되어서야 첫 연락이 왔고 그 중 맨 처음 걸려온 집은 우리 집에서 꽤나 멀었지만 그 때는 제발 연락이라도 와주었으면 하는 심정이었기에 기쁜 마음에 바로 하기로 했다. 사실 그 전화 이후에 가까운 곳에서 연락이 많이 왔지만 이미 하기로 한 것을 다시 돌이킬 수는 없었다.

그렇게 두 달이 채 안되는 기간 왕복 두 시간이 넘는 거리를 아침 8시에 준비하고 나가서 1시에 집에 들어오는 생활을 하니 몸이 축나서 죽을 것만 같았다. 사실 내가 시름시름 앓았던 것은, 하루 종일 수학 문제만 계속 쳐다보는 걸 10시간 넘게 해 대니 머리에 쥐가 날 법도 한 것. 이렇게 끙끙 앓으면서 장염 - 신종플루 - 기관지염 진단을 받고 약을 3주 동안이나 먹고 나니 어느덧 구정이 지나고 약속했던 기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전개

때는 구정을 앞둔 어느 날, 몸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 날 저녁께였다.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토기를 억지로 참으면서 힘들게 두 시간을 버텨내고 있는 와중이었다. 참고로 과외를 하는 집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어서 우리는 학원 빈 강의실을 찾아서 하는데, 내가 잠시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어? 누구지? 아는 사람인가?

하고 다시 한 번 돌아봤다. 또 그 사람이랑 눈이 마주쳤다. 분명 어디선가 본 사람 맞다. '아, 그래! 우리 고등학교 동아리 선배인 거 아닌가?' 하고 다시 돌아봤는데 사라지고 없었다. 잠시 궁금해하다가 남은 시간을 참는 것 반, 궁금함 반으로 버틴 뒤, 나오자마자 학원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찬유 : 한나야, 여기서 내가 아는 사람을 본 거 같은데.... 못 봤어?

한나 : (이건 또 무슨 소리?) 응? 아니요. 잘 모르겠는데요.

찬유 : 아 아까 어떤 선생님을 봤는데 아는 사람 같았거든...

그리고 바로 그 날 집에 가는 길에 바로 몹쓸 최촹한 내과를 들렸고 구정 연휴가 있어서 과외를 쉬기에 집에서 누워서 쉬고 있었다. 밤 10시 쯤 되었을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찬유 : 여보세요?

女 : 여보세요? OO 맞아요?

찬유 : (누구지? 친구인가?) 아 네.. 근데 누구...?

女 : 아 나 니 선배다. ㅎㅎ 반말하면 안 된다~

찬유 : ?!!!!! 아 혹시 은영 선배 아니에요?

은영 선배 : 어? 맞다. 어떻게 알았어?

찬유 : 아 오늘 학원에서 잠깐 본 거 같은데 긴가민가했어요. 수업 끝나자마자 찾아봤는데 누나도 수업 중이더라구요~

그랬다. 내 예감이 맞았다. 고등학교 때 같은 교지 편집 동아리를 했던 은영선배가 같은 학원에서 다른 애 과외를 하고 있었다. 선배라고 했다가 누나라고 했다가 횡설수설했지만 아무튼 선배는 구정 지나고 난 다음에면 언제 만나서 밥을 꼭 사주시겠다고 했다.

 네, 고마워요~! 다음에 연락드릴게요~ ^^ㅋ


하고 구정이 지나갔고, 나는 신종플루 의심환자로 1주일 간 집에 있어야 했다...

 

그렇게 지난 월요일에 나는 그 집 과외를 마무리 하고 나오는 길에 선배와 시간을 맞춰서 같이 밥도 얻어먹고 커피도 얻어 먹으며 두런두런 얘기를 했다. 선배도 집이 나처럼 꽤나 먼 데도 여기까지 과외를 다니고 있었다. 근처에서 공부를 하면서 왔다갔다하면서 과외도 해 주신다고. 그런데 학생이 누군가 했더니, 내가 잠시 맡았다가 다른 선생님께 받겠다고 나가버린 첫째 아이였다. 지금 보니까, 그 '다른 선생님'이 바로 은영 선배였던 것이다. 은영 선배는 첫째 말고도 셋째 과외도 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한나 말에 의하면, 자기랑 친한 친구의 사촌 언니가 은영 선배라고 했다. 한나와 선배는 얼굴을 한번도 본 적은 없으면서 이렇게 관련이 있었다.

선배와 만난 날은 한나 뿐만 아니라 다른 과외도 정리하는 날이었는데, 다른 아이는 고3 인데도 아직 제대로 할 줄 아는게 하나도 없어서 걱정이 많이 되던 아이였다. 웬만하면 선배가 계속 공부를 봐 주는게 좋을 것 같아서 이야기를 꺼냈더니 흔쾌히 받아주셨다. 이렇게 해서 내가 보던 아이는 선배에게 과외를 이어서 받게 되었다.

 

그러니까 다시 정리를 하면,

나와 은영 선배는 같은 고등학교 동아리 선후배 사이인데,
첫째와 셋째는 은영 선배한테 과외를 받고 있고, 둘째는 나한테 과외를 받았다.
그런데 첫째는 내가 초반에 잠시 맡았다가 지금은 은영 선배가 맡고 있다.
내가 또 맡고 있는 고3 아이는 앞으로 선배에게 과외를 받기로 했다.

 

아무쪼록 무난하게 맡은 기간에 맡은 역할만 하면 밋밋하게 끝날 줄 알았던 과외가 이렇게 복잡하게 연결이 될 줄 누가 알았으리. 은영 선배는 또 다른 과외를 하러 나갔고 다음 번에 또 만나기로 했다. 정말 기가 막힌 우연의 연속이었다 :D

 

신고

Comment +2

티스토리 툴바